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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에서 봄 햇살까지: 나의 달리기 첫 한 달

(오늘 아침 센트럴파크. 러너의 성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주말 아침 이곳에서 달린다.) 12주 안에 10km를 완주하겠다는 목표로 AI를 활용해 구글시트 계획표를 짰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그럴싸한 계획표 없이 무작정 뛰었겠지만,…

(오늘 아침 센트럴파크. 러너의 성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주말 아침 이곳에서 달린다.)

12주 안에 10km를 완주하겠다는 목표로 AI를 활용해 구글시트 계획표를 짰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그럴싸한 계획표 없이 무작정 뛰었겠지만, 역시 AI가 좋다.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와 함께 본의 아니게 극강의 효율을 요구받는 직장인으로서는 “AI 너 때문에 내가 지금 죽어난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개인의 삶에서 AI는 꽤 훌륭한 서포터가 되어준다.

“해솔아, 마라톤 뛸래?”

나의 이 러닝 루틴은 한 달 전, 친한 언니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나한테 하는 말인지 되물을 정도로 뜬금없는 질문이라 그 때는 내가 무슨 마라톤이냐며 웃어넘겼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아침, 언니에게서 똑같은 질문을 다시 받았다. 같이 뛰자는 카톡 메세지였다. 이상하게도 전날 밤 여럿이 모여 있었을 때는 남의 일처럼 들렸던 그 질문이, 그 날 아침 카톡으로 받았을 때에는 내 앞에 놓여진 진지한 제안서처럼 느껴졌다.

하룻밤 사이 마음이 180도 바뀐 이유는 여전히 미스테리지만, 어쨌든 그날부터 나의 달리기는 시작되었다. 초보자가 때 유의해야할 점, 올바른 달리기 자세, 그 외 각종 꿀팁들을 짧게 조사한 뒤 12주 스케줄을 따라서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 2주가 꽤 힘들었다.

  1. 뛰는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뛰는 속도 유지 및 기분 띄우기용으로 내 발디딤 박자에 맞는 bpm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달리는데 왜 그렇게 시간이 안가는지. 특히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노래가 나오면 더 죽을 맛이었다.
  2. 턱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는 것도 고통이었다. 특히 막바지로 갈수록 몸은 무거워지고 호흡도 가빠져 기진맥진이 되었다.
  3. 일명 ‘주법’이라고 하는 달리는 자세는 초보자 때 제대로 배워놓지 않으면 나중에 부상 당할 위험이 크고 다시 뜯어 고치는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한다. 허덕이는 숨 때문에 이미 힘든데 자세까지 신경쓰려니 참. 종아리나 아킬레스건이 아릿한 날이면 AI와 자세 교정에 대해 예민하게 대화를 나누곤 했다.

오늘로써 계획표를 따라 달린지 딱 한 달째다. 3주 차부터는 확실히 첫 2주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달릴 때 자세는 아직 신경 써야하지만 호흡이 제법 안정되어서 달리는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달리고 난 뒤의 그 개운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데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가끔은 달리기 하는 날 아침이 기다려질 때도 있다.

아파트 피트니스룸 창밖으로 눈보라가 몰아치는 모습을 보며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오늘은 센트럴파크의 앙상한 겨울나무 가지 사이로 내리쬐는 봄 햇살을 맞으며 뛰었다. 어제는 애플워치도 장만했고 어떻게 하면 뉴욕 마라톤을 달릴 수 있을까 (올해 당첨률 1-2%) 진지하게 고민도 하고 있다.

AI 덕분에 그 무엇이든 진입 장벽이 낮아진 요즘, 마음껏 하고 싶은 것 도전해보며 살기 좋은 시기다. 나에게 즐거움 혹은 해방감을 주는 어떤 대상을 찾기만 한다면 시작하는 건 이제 그 어느 때보다 쉽다. 하지만 그 일을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그걸 내가 진짜 좋아하는지 알기 어렵다. 나도 내가 이렇게 달리기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인지 전혀 몰랐으니까.

우연히 내 삶에 같이 달리기를 해보자고 말해준 친구가 있다는 것이 고맙다. 그리고 그 질문이 찾아왔을 때, “그래 해보지 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뛰어든 그 마음이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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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sponses

  1. 건우 Avatar
  2. 뚜비니 Avatar
    뚜비니
  3. 념지 Ava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