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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노트] 도쿄에서 알게 된 쇼와 시대

도쿄 우에노공원 근처 타이토 시티에 위치한 Yanaka Beer Hall (link) 내부에 있던 안내판. 사실 이 맥주집은 바로 옆에 있는 유명한 빵집, Think (link)를 찾아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박물관이나 음식점에서 볼…

도쿄 우에노공원 근처 타이토 시티에 위치한 Yanaka Beer Hall (link) 내부에 있던 안내판.

사실 이 맥주집은 바로 옆에 있는 유명한 빵집, Think (link)를 찾아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박물관이나 음식점에서 볼 수 있는 설명문을 번역해 읽다 보니 ‘쇼와’라는 단어가 몇 번 등장했다. 한 번은 그냥 지나쳤는데, 두 번, 세 번 보이자 그 뜻이 궁금해졌다.

검색해보니 ‘쇼와’는 일본 쇼와 천황이 재위했던 시기에 사용된 일본의 연호라고 한다. 기간은 1926년부너 1989년까지. 일본에서는 천황의 재위 기간을 기준으로 시대의 이름을 붙인다는 사실을 나는 처음 알았다. 일본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이렇게 몰랐을 줄이야.

이걸 알고 나니 내가 토막토막 알고 있었던 일본에 대한 정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 내가 알던 메이지 유신은 메이지 천황 재위 기간의 일이었겠구나. 내가 갔던 도쿄의 메이지 신궁도 그 시대와 연결되어있나.’

쇼와에 대해 더 찾아보니, 내가 떠올리던 일제강점기 시절의 건축 양식이나 거리 분위기를 담은 사진들도 보였고, 동시에 일본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던 1960 – 70년대 모습도 함께 등장했다. 여태껏 한국인의 시선에서 서로 다른 시대라고 생각했던 일본의 여러 장면들이 하나의 시대로 묶여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쇼와’는 단순히 연호를 넘어, 옛것이나 과거에 유행한 분위기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고 한다. 한국에서 흔히 ‘쌍팔년도’라고 표현하듯, 어딘가 낡고 오래된 느낌을 담은 단어로 쓰이기도 한다는 설명이었다.

왼쪽: 야나카 맥주집 내부 사진
오른쪽: 도쿄에 있는 도키와소 거리 쇼와 레트로관 (link) 소개 사진

1989년에 막을 내린 쇼와 시대는 일본의 경제적 전성기와 겹치기도 하지만, 초중기의 상당 기간은 군부의 영향 아래 사회 분위기가 경직되었던 시기였다.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등 침략 전쟁 역시 이 시기에 벌어졌다. 그래서 많은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직전 시대였던 다이쇼 시대 (1910-20년대)를 더 자유롭고 살기 좋았던 시절로 기억하기도 한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나무위키에서 본 내용이다. 흥미로운 점은, 지금의 도쿄에는 쇼와 시절을 체험할 수 있는 기념관(도키와소 거리 쇼와 레트로관, link)이 있을 뿐 아니라 꽤나 많은 공간에서 쇼와 시절을 추억하고 있다. 일본 사회 안에서는 그들의 최전성기였던 쇼와가 ‘그리운 시절’로 사랑 받고 소비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한국인의 입장에서 이 시대는 결코 가볍게 추억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일제 강점기, 6.25 전쟁, 군부정권. 상처로 남아 있는 역사다. 특히 일제 강점기는 너무나 잔인한 기억인데, 내가 여행했던 도쿄에서 쇼와를 추억하거나 설명하는 곳들에서는 그 맥락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침략자의 입장에서는 그 기억이 그리 중요하지 않거나, 자연스럽게 희미해져도 되는 과거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이 스쳤다.

이 근현대의 연호들과 그 시대적 특성을 이해하고 난 뒤의 일본 여행은, 일본에 막 도착해 아무것도 모른 채 다니던 초반의 여행과는 확연히 다른 경험이 되었다. 도쿄의 건축물들, 어떤 공간이 연출하려는 분위기, 문화재 설명들까지 — 내 안에 쌓인 이 한 겹의 지식의 층 (layer) 덕분에,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더 깊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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